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삼중양성유방암 (치료방법, 예후, 타입변화)

by sayrecord 2026. 4. 29.

 

유방암 전체 환자의 약 7~10%에서만 나타나는 삼중양성유방암. 드문 만큼 정보도 적고, 진단받으면 막막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로서 호르몬 치료를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마주해야 하는 삼중양성 환자분들이 얼마나 복잡한 상황에 놓이는지 공부하면서 새삼 실감했습니다.

삼중양성유방암, 왜 치료가 더 까다로울까

삼중양성유방암이라는 말, 처음 들으면 세 가지가 '양성'이니 뭔가 좋은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 않으신가요?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삼중양성유방암이란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 수용체(HR)와 HER2 수용체가 동시에 발현된 유방암을 말합니다. 여기서 HER2란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의 약자로, 암세포 표면에 과발현되면 암의 성장과 전이를 강하게 촉진하는 단백질입니다.

문제는 이 두 수용체가 서로 '탈출구'가 돼 준다는 점입니다. 호르몬 수용체를 억제하는 항호르몬치료를 하면 HER2 신호가 더 강하게 활성화되고, 반대로 HER2 표적치료제를 쓰면 이번엔 호르몬 수용체가 더 활성화돼 암세포가 다른 경로로 살아남습니다. 저는 이 메커니즘을 처음 공부했을 때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문이 열리는 구조라니,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거든요.

실제 데이터로 봐도 이 차이는 뚜렷합니다. CLEOPATRA 연구에 따르면 4기 HER2 양성이면서 호르몬 음성인 유방암에서는 표적치료를 통해 사망 위험을 약 39% 낮출 수 있었지만, HER2 양성이면서 호르몬도 양성인 삼중양성 그룹에서는 그 수치가 29%로 떨어졌습니다(출처: 국립암정보센터). 수치로만 보면 10%p 차이지만, 4기 암 환자에게 이 차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조기·국소 진행 유방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항암치료 후 수술 시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pCR), 즉 암세포가 조직 검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비율이 HER2 양성·호르몬 음성 그룹에서는 80% 이상인 반면, 삼중양성에서는 약 50%까지 낮아집니다. 두 가지 수용체가 공존한다는 것만으로 치료 반응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지점입니다.

삼중양성유방암의 치료방법, 단계마다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 암은 어떻게 치료할까요? 한 가지 방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병기와 수술 순서에 따라 치료 흐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크게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수술 먼저 하는 경우(조기 유방암):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와 HER2 표적치료제를 일정 기간 진행하고, 이후 호르몬 억제제를 5년간 복용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 선항암을 먼저 하는 경우(국소 진행 유방암): 세포독성 항암제와 HER2 표적치료제를 병합한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하고, 이후에도 보조 표적치료와 5년간 호르몬 억제제를 이어갑니다.
  • 4기(전이성) 유방암: 퍼제타(페르투주맙)와 트라스투주맙 등 HER2 표적치료제에 도세탁셀 같은 항암제를 병합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됩니다. 도세탁셀 부작용이 심할 경우 항암제를 빼고 표적치료만 이어가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호르몬 양성이라고 해서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서 쓰는 약을 다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CDK4/6 억제제, 즉 입랜스·키스칼리·버제니오 같은 약물은 HER2 음성인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서는 4기 표준 치료제지만, 삼중양성유방암에는 현재 국내 허가 기준상 사용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CDK4/6 억제제란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단백질(CDK4와 CDK6)을 억제해 암세포 분열을 막는 표적치료제입니다. 저는 HER2 환자라 이 약을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호르몬 양성 환자분들 사이에서 효과가 좋다는 얘기를 꽤 들었습니다. 그걸 쓸 수 없다는 게 삼중양성 환자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입은 바뀔 수 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진단받은 유방암 타입이 평생 유지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발 시 약 15~20%에서 수용체 상태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종양내과학회). HER2 양성으로 치료를 잘 마쳤는데 재발했더니 삼중음성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고, 치료 도중에도 암세포 내부에서 이질성이 생겨 타입이 변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섭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를 꾸준히 확인하고, 잘 반응하지 않을 때 조직 재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다시 파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경험 많은 의료진이 왜 중요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교과서에 없는 판단, 즉 "지금 이 환자에게 다음 단계로 뭘 준비해야 하나"를 선제적으로 생각하는 건 데이터가 아니라 임상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삼중양성 4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트라스투주맙, CDK4/6 억제제 키스칼리, 호르몬 억제제 페마라, 이 세 가지를 조합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세포독성 항암제를 포함하지 않아 환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HER2와 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에서 접근 방향 자체가 기존과 다릅니다. 아직 공식 결과가 발표된 단계는 아니지만,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에서 암이 40~50% 가량 줄어드는 반응이 관찰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합니다.

삼중양성유방암은 분명 치료가 복잡하고, 두 가지 수용체를 모두 억제해야 하는 만큼 부작용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암이 자라는 경로가 두 가지라는 건 차단할 수 있는 표적도 두 가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진단받은 타입에 너무 매몰되거나 지레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타입은 변하고, 치료 선택지도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정기 검진과 꾸준한 추적 관찰을 유지하면서 담당 의료진과 임상시험 참여 가능성도 함께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쓴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 관련 결정은 반드시 담당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GkNK-1lxC0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