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 유방암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이건 정말 답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치료 옵션이 없다, 공격적이다, 재발이 잦다는 말이 워낙 많이 돌다 보니 진단을 받은 분들이 다른 유형보다 훨씬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직접 자료를 찾고 공부해 보니, 제가 알고 있던 것과 실제 현황 사이에 꽤 큰 간극이 있었습니다.

삼중음성 유방암, 왜 이렇게 나쁜 인식이 굳어졌나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그리고 HER2 단백질이 모두 음성인 유방암을 말합니다. 여기서 수용체란 암세포 표면에 있는 일종의 '문'과 같은 것인데, 이 문이 없으면 그 문을 대상으로 하는 열쇠 치료제를 쓸 수가 없습니다. 항호르몬 치료도 안 되고, HER2 표적치료도 안 됩니다. 결국 수술, 방사선, 세포독성 항암제만 남는다는 게 오랫동안 굳어진 인식이었습니다.
저도 공부하기 전까지는 이 부분에서 멈춰 있었습니다. '치료 수단이 셋밖에 없다'는 말이 마치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들렸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삼중음성 유방암은 젊은 여성층에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젊은 환자일수록 세포 등급이 높고, Ki-67이라는 세포 분열 지수도 높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Ki-67이란 암세포가 얼마나 빠르게 증식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분열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격적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고, 진단 후 1~2년 내 초기 재발 사례도 다른 아형보다 많아 이미지가 좋지 않았습니다. 전체 유방암에서 삼중음성 유방암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수준입니다(출처: 국립암정보센터).
오해와 실제 사이, 지금의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는 어디까지 왔나
일반적으로 치료 옵션이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자료를 검토해 보니 상황은 꽤 달라져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항암 치료 반응률이었습니다. 선행 항암 치료(수술 전 항암)를 진행했을 때 완전 관해(pCR), 즉 수술 전 단계에서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50~6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선행 항암 후 암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경우에도 CREATE-X 임상 연구에서 수술 후 추가 항암 치료가 예후를 개선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선행 항암, 수술, 그리고 후 항암까지 이어지는 치료 구조가 가능하다는 점은 저도 처음 알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지금의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옵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포독성 항암제: 기존 치료의 기본 축
- 면역항암제(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전이성 및 일부 선행 항암에서 적용 가능
- 항체 약물 접합체(트로델비):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사용
- PARP 억제제(올라파립/림파자): BRCA 유전자 변이 보유자 대상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PD-L1 면역 관문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PD-L1이란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 세포를 피해 숨기 위해 사용하는 단백질 신호로, 이 신호를 차단하면 면역 체계가 다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됩니다. 세포독성 항암제처럼 무차별적으로 분열 중인 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의 양상도 다르고, 자가 면역 반응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는 항체 약물 접합체(ADC)로, Trop-2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에 직접 세포독성 물질을 전달합니다. Trop-2란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로, 정상 조직보다 암 조직에서 훨씬 높은 수준으로 발현됩니다. 트로델비 임상 연구에서는 기존 치료 대비 무진행 생존 기간이 3~4개월, 전체 생존 기간이 6개월 이상 개선된 데이터가 확인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데이터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닙니다. 수개월의 차이가 환자 입장에서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는 올라파립(림파자)이 별도로 적용됩니다. BRCA 변이란 DNA 손상 복구 기능에 결함이 생기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이 결함을 가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방식입니다. OLYMPIA 임상 연구를 통해 기존 치료 대비 우수한 성적이 이미 입증되어 있습니다(출처: 미국암학회 ASCO).
5년을 기준으로 달라지는 전망, 지금 무엇을 챙겨야 하나
삼중음성 유방암이 여전히 경계가 필요한 암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초기 재발이 많다는 것도 실제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초기 재발이 잦다고 알려져 있지만, 5년을 넘기고 나면 재발률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점은 다른 유방암 아형과 비교해 오히려 강점이 됩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10년, 15년 뒤에도 재발 가능성을 안고 추적 관찰을 이어가야 합니다. 반면 삼중음성 유방암은 초기 5년을 잘 관리하면 이후의 재발 위험이 급격히 낮아지는 패턴을 보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삼중음성 유방암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관점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유형의 암이든 수월하거나 쉬운 암은 없습니다. 다른 유형과 비교해서 내가 더 힘든지, 덜 힘든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제 경험상 그 비교가 결국 불안만 키웁니다. 중요한 것은 담당 의료진의 치료 기준에 맞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5년이라는 고비를 잘 넘기기 위한 추적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입니다.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삼중음성 유방암은 분명히 이전보다 더 많은 치료적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관심과 공부를 바탕으로 작성한 경험 공유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 방향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시기 바랍니다.